관광도시 김천을 꿈꾸며(5) - 선택과 집중

이정인 / International gardentourism network(IGTN, 국제가든관광네트워크) 한국지부 부회장, 관광경영학 박사

살다보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골프도 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요리 테니스 축구 야구 수영 농구 탁구 캠핑 승마 등... . 정말 세부적으로 나열하려니 끝도 없지만 왜 우리는 그것들을 다할 수 없을까?

우리의 몸은 하나이고 시간과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말 탁월한 능력을 타고 나서 이것저것 다 잘하면 좋을 텐데 그것은 어렵고, 사실 골프든 축구든 요리든 뭐 하나만 특별나게 잘해도 잘 먹고 잘 살 텐데... .

아마 그것이 우리가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도시의 관광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궁극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이나 관광재단에서 일하는 관광전문가에게 물어보면 공통된 말이 하나 있다. 지역의 영향력 있는 분들의 이견(異見) 조율이 제일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지자체 전체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함께 전해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보고 느낀 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기분 좋게 생각할 사람이 별로 없다.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든지 아니면 훼방을 놓기도 한다.

지자체장도 이들의 강한 주장을 무시하기 힘들다. 선거에서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다보니 예산과 역량은 분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우리 지역에서 축제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자두축제와 포도축제 그리고 복숭아축제를 생각할 수 있다. 농산물 판매를 위해서 필요한 축제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또한 예술인들도 자신과 관련된 축제를, 먹자골목에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먹거리와 관련된 축제를 하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와 관계가 있는 주제를 가지고 축제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문성이 결여된 지역민들의 의견에 따라 추진된 축제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이 사람 말도 듣고 저 사람 말도 듣다보니 차별화도 경쟁력도 없다. 전국에 수많은 축제가 있다. 많은 축제가 프로그램이 비슷비슷한 이유이다.

지역의 이런 특성을 참작하더라도 해야 할 일을 관철해야 한다. 개인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김천시의 집안 잔치가 아닌 전국적인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한 축제가 되어야 김천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이쯤에서 시야를 넓혀 우리나라 경제를 돌아보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재벌의 긍정적 평가다. 한국 경제성장은 이런 재벌을 통해 선택적 집중을 했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했다.

다시 시야를 세계로 더 넓혀보자.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고 독일과 함께 러시아를 협공했다면 2차 세계대전의 역사는 크게 바뀔 수 있었다. 역사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많은 역사학자의 증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독일의 가장 큰 패인은 무리하게 전장을 확대하여 자신들의 능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분산시킨 것이었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정확한 정보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다.

앞의 글(관광도시 김천을 꿈꾸며 1~4)에서도 언급했듯이 선택적 집중으로 잘 디자인 된 축제는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지자체의 브랜드와 인지도 향상으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인구 감소와 도시집중화 등의 시련 앞에 지방의 운명이 놓여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우리는 큰 틀에서 혁신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기 전에 나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뜻 맞는 세 사람만 있으면 나라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스토리와 즐거움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실천력을 바탕으로 예산을 확보하면 경쟁력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성공한 축제들도 모두 이렇게 시작했다. 여기서 다시 철학자에게서 지혜를 얻어 보자. “비주류인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날 인정받는 주류들도 한때 비주류에서 시작했다.”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이정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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