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목수 신명섭

2015년 10월 20일, 이번엔 더 큰 사고가 났다. 역시 집 짓는 일을 하다가 지붕에서 추락하며 오른 쪽 발목이 심하게 부러졌다. 5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오른 발이 먼저 땅에 닿아 모든 충격을 감당했으니... .

온 몸이 무너지듯 주저앉았는데 턱을 시멘트 배수로에 부딪치며 턱뼈와 모든 어금니도 부서졌다. 그순간... . ‘이제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지만 그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 다리를 보니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다행히 건축주 부인이 간호사 경력이 있어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 간단히 부목을 대고 베개를 가져와 얹어 놓았다. 119에 전화를 했지만 현장이 시내로 부터 30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한동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고통스러웠지만 동료들도 어쩔 줄 몰라 했다. 바로 그 순간에 법륜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길을 가다 넘어져 한 쪽 다리가 부러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다리가 부러졌다며 괴로워하지만 나는 아이구 그래도 한 쪽은 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

그랬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보면 거꾸로 떨어져 죽을 수도 있었고, 두 발로 떨어졌다면 두 다리 모두 부러지거나 척추 심하게는 목뼈를 다칠 수도 있었다. 배수로에 얼굴을 부딪치거나 목을 부딪쳤다면 훨씬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 어떤 일이 생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난 한 쪽 다리만 부러졌고 턱뼈와 이빨 몇 개 부서진 것뿐이다. 그야말로 천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파서 끙끙대는 중에도 동료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나중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다쳤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때서야 내가 다쳤을 때 동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구급차가 오고 병원에 갈 때까지 차가 아래위로 살짝만 움직여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검사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아파서 얘기했더니 누군가 와서 다짜고짜 다친 발목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

“으아악”

단말마의 비명 후 통증이 확 줄어들었다.

“좀 나으신가요?”

너무 아프고 놀라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지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입원 병실로 옮겨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내는 침착했다. 한참 후 찾아온 의사가 말했다.

“부러진 뼈가 하나 밖으로 나왔는데 혹시 감염이 되면 골수염으로 진행되어 최악의 경우 발목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만약 평상시 몸이 멀쩡한 상태에서 이 말을 들었다면 기절초풍할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뭘 어쩌겠는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밖에... .

이후 세 번의 수술과 치과 치료 등 육 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며 재활치료를 마쳤다. 다행히도 골수염 같은 건 생기지 않아서 다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한 삼개월 중 한 달 동안은 부러진 턱뼈 때문에 묽은 죽을 빨대로 먹어야 했다. 집이 멀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동안 관계 맺고 살았던 이웃들이 손수 끓인 죽을 가져다주었다.

신명섭은 짓던 집 지붕에서 떨어져 떡뼈가 부서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아마 평생 먹을 죽은 그때 다 먹어본 것 같다. 그 은혜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은혜 갚음은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갚으려한다(하루가 멀다 하고 죽을 쑤어다 준 진영이를 비롯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은혜와 사랑 역시 두고두고 갚으며 살겠습니다.).

그 사고로 인해 마음대로 뛰거나 쭈그려 앉을 수는 없게 되었지만 일을 할 수 있을 만큼은 나았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 사고 이후로 내 인생은 덤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 어느 곳이든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달려간다.

그 일이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일이라면... . 내 가진 재주라곤 집 짓고 밥 짓고 노래하는 일밖에 없지만, 남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주여서 이 또한 무한 감사할 일이다.

지나가 버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떨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깨달은 행복하게 사는 법이다(계속 이어짐).

신명섭  gcilbonews@daum.net

신명섭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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