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 내 인생의 전환점(10) - 김천일보 김천iTV

노래하는 목수 신명섭

그렇게 시작한 인도 여정은 1년 혹은 2년마다 늦가을이 되면 되풀이 되었다. 인도에 계속 다녀온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종교와 철학이 모두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 11억이 넘는 인구에 3000개가 넘는 종교, 화폐에 적혀있는 언어만 해도 13가지나 되는 나라가 인도이다. 90년대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를 설명하는 수많은 여행 안내서들이 있겠지만 인도는 이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것도 한 두 번의 여행으로는... (어떤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여행자에게 호불호가 분명한 곳이기도 하다. 어떤 이에게는 다시는 못갈 곳으로, 또 어떤 이는 인도 마니아가 되어 매년 인도를 찾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인도의 모든 것이 잘 맞았다. 삶의 이유와 목적.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지닌 채 헤매던 우리는 인도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소위 성자라 불리우는 인도의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 속에서... .

그런 정신적인 측면과 더불어 육체적인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도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새벽마다 서너 시간에 걸쳐 아루나찰라(Arunachala)를 도는 것은 최고의 운동이자 보행 명상이었다. 특히 맨발로 걷다보면 발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걷게 되는데 평소에 허리가 안 좋은 내게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었다.

건축일이나 농사일은 아무래도 허리에 어느 정도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더구나 어릴 적 기계체조 운동을 하다 허리를 몇 번 다친 적이 있는데 어릴 때는 금방 나아 잘 몰랐지만 결국 만성 요통의 원인이 되었다.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가 아파 힘들어 했었는데 맨발로 걷기를 석 달 하고 오면 꽤 좋아졌다.

그렇게 주로 한 곳에 머물다가 돌아왔었는데 이번엔 배낭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인도 여행기는 따로 연재할 예정임). 어쨌든 이렇게 십여 차례에 걸쳐 다녀온 인도 여정 또한 자연스레 그 끝을 맞이하게 된다.

2013년 어느 즈음에선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即問即說)이라는 유투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되도 않는 소리를 한다 생각하며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편이 바람 피워 괴롭다는 사람에게 이혼을 하거나 아니면 남편이 병들어 누운 것 보다 나으니 그저 집에 와주고 돈벌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거나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남편 때문에 힘들다고 질문한 부인에게 위로는커녕 참회기도를 하라질 않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찬찬히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을 새겨 들으니 거기에 명확한 이치가 있었다. 세상이 보는 방식이나 관점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 들으면 들을수록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며 막혔던 가슴의 답답증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명쾌함과 명료함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정토회라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 2012년 10월 1일, 공사 중이던 집 지붕을 마감하고 내려오던 중 사다리가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쳤다. 병원에 한 달 입원 후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집이 너무 멀어서 시내에 원룸을 얻어 3 개월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에 오가다 상주에도 정토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로 아내와 함께 찾아가 맺게 된 정토회와의 인연.

그동안 20년 넘게 찾아 헤매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정토회 문경 수련원에서 진행하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그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부부가 살아온 삶의 여정이 비록 돌아 돌아 오긴 했지만 바른 방향으로 걸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깨달음의 장에서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그 다음 주 바라지 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4박 5일 동안 수련하는 분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봉사를 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말씀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마다 마음에 새기며... .

이렇게 시작한 바라지장은 지금까지 이어져 매달 한 번씩 들어가 봉사하고 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봉사가 아니라 또 다른 수련이다. 얻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바라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분들.

수고료는커녕 자기 돈으로 차비들이고 시간 들여가며 찾아와 생전처음 백 여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자원 봉사자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밤 열 시에 잠자리에 드는 쉽지 않은 일정이지만 돌아갈 때는 모두 환한 얼굴로 잘 쓰여져서 감사하다며 함께 일한 도반들과 포옹하며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선한 모습들.

모두 미쳤다. 그리고 미친 줄도 안다. 하지만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한 세상,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면 미친 놈 소리 듣는 일이 뭐 대수랴. 이제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 어떤 부분도 후회되는 일이 없다.

그 순간에는 그 수준밖에 안 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지금 내가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금의 내가 보기엔 과거의 내 선택이 어리석게 보이고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일 뿐, 나는 앞으로도 많은 선택을 하며 살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며 그 결과를 마땅히 책임지며 살 것이다.

누군가에 혹은 무엇인가에 기대거나 의존하지 않고 부족한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지금에 만족하며 지금 곁에 있는 행복을 누리며 살 것이다. 결코 내일의 행복이라는 환상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계속 이어짐).

신명섭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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