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시사칼럼 -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김천

김병희(시사평론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것임을 밝혔다. 대통령이나 야당도 여당대표의 이러한 정책방향을 굳이 막을 명분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기관들은 어디로 이전하게 될까?

더러는 이미 개발된 각 지방의 혁신도시로 이전할 것이고, 더러는 지방의 낙후되어가는 구도심으로 이전 할 수도 있다.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 투기가 우려되는 세종시로 많이 보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고, 전라도로 기관을 너무 많이 보내는 것도 여론이 걱정될 일이다.

결국 대구경북 쪽으로 할당될 공공기관의 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물론 대구경북이 현 정권과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므로, 공공기관의 개수와 별도로, 각 공공기관의 규모는 좀 작을 수 있겠다. 그래도 김천의 경제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많이 유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일은 결국 우리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이 해야 할 일이지만, 이들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듯하다. 김천이 혁신도시를 유치할 즈음에도 무소속 시장, 보수야당의 국회의원이었다.

김천의 초선 국회의원은 여당 대표의 이러한 정책방향을 드러내 놓고 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별도로 접촉할 수 있는 창구도 마땅치 않거니와, 그렇게 개별 행동을 했다가는 지도부의 눈 밖에 나서 곧 있을 총선에 공천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답답한 일이다. 그렇다고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고, 초반에 반대해 놓고 다시 유치를 위해 뛸 수도 없으니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으로 짐작된다.

무소속 우리 시장이 공공기관을 많이 달라고 하면, 민주당 측에서 입당을 종용할 우려가 있다. 그래도 그나마 협상의 카드로서 밀고 당길 수 있는 여지는 있어 보인다. 김천은 사드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았다. 이것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이럴 때 도지사가 김천사람이라 참 다행이다. 사드배치로 시민들의 원성도 많이 들었지만, 이번 기회에 팔을 한 번 슬며시 안으로 굽혀 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한국에는 높은 직급이 많다. 전무, 상무, 부장 등 직원들이 다들 높은 직급은 원하기 때문에, 또 고객의 입장에서는 높은 직급의 인사와 거래를 원하기 때문에 별 실권도 없는 고위 직급들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하지만 회사나 조직에서 어떤 직함으로 불리던 간에, 인사와 재무를 어느 정도 결정하는 위치에 오른 사람이라면, 한 가지 공통된 관심사항이 있다. 일반직원들은 이 실력자들을 높이 바라보고 부러워하지만,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첫 번째 고민거리는 그 자리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이다. 실권을 가진 자리에 있으면, 위로 올라가기는 커녕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경우, 어떤 새로운 사안을 대하는 사고의 방식이 매우 단순해 지는데, "이 사안이 나의 자리를 유지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느냐, 부정적 영향을 주느냐?"로 귀결된다.

추가 공공기관 이전은 현역 국회의원의 자리유지에 유익한 것인가? 민간기업과 공장이 김천으로 오는 것은 현역 국회의원의 자리유지에 유익한 것인가?

수도권에서 사람들이 오는 것과, 신규 공장의 노동자들이 오는 것은 중도 진보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김천으로 몰려오는 일이므로, 현역 국회의원의 자리유지에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493표의 차이는 공공기관 한두 개나, 공장 한두 개에 의해서도 뒤집어질 수 있다.

다음 총선에서 김천의 국회의원이 여당이나 무소속으로 바뀌는 것은 현역 도지사의 자리유지에 유리한 것인가?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많은 보수주의자나 극우세력이 김천에 몰려들어 보수의 성지로서 김천이 발전하는 희한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도지사와 국회의원의 정치적 이익과 김천의 경제적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일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SNS로 실어 나르는 자신들의 업무실적과는 별개로,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공공기관을 김천에 유치해 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병희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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