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김용택 시인

나는 꽃이예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 '가을 향기…'  계절에도 향기가 있을까? 있다. 가을의 향기를 생각하니 김용택의 시 '가을이 오면'이 떠올랐다. 아마 '향기는 바람에 보냈어요'란 구절 때문이리라. 김용택 시들의 주제는 '주는 것', '베푸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도리이자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오면'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다. 꽃은 보잘 것 없는 물체이다. 그럼에도 자기 것을 다 내어 놓는다. 잎과 꿀과 향기는 꽃의 전부이다. 줌으로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한 알의 밀을 생각해 보라. 땅에 묻혀 썩어야 더 많은 열매가 열리지 않는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들은 어떠한지. 주기는커녕 갖은 방법을 동원해 뺏으려 하지는 않는가. 자연에서 배우고 꽃을 닮으라고 시인은 갈파하고 있다. 가을이 오는 이 때에...(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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