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례 농부들의 가을 나들이....

                         (산막이옛길 입구에서 한컷)

여기는 충북 괴산입니다.
친구님들은 충북 괴산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세요? 

저는 괴산하면 가끔 광고에도 나오곤 하는 "대학찰옥수수"나 "고추"가 많이 생산된다는 정도만 기억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오늘 산막이옛길을 다녀와서는 이제 괴산군을 말하면 '산막이옛길'을 떠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수년전부터 산악회에서 산행을
자주하시는 분들이 산막이옛길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길래  속으로는 "무슨 이름이 저럴까?" 하며 조금 궁금하기는 했었지요 
오늘 직접 와 보고서야 의문이 말끔하게 풀렸습니다.

우거진 수풀속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산들바람과  목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괴산호(湖)의 바람까지 불어와 걷기에도 최적의 조건이었구요.

안내문을 살펴보니 산막이옛길은 1952년 공사를 시작해 57년 괴산댐을 완전히 막으면서 생긴 괴산호의 옛 산길을 이용해서  
약 4㎞로 조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풍경을 칭찬하려고 했더니 표현할 단어가 마땅하게 떠오르지를 않네요. 그냥 한마디로 끝내준다고 해야겠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는 이유를 알것 같기도 하구요

안내하는 사람의 말씀을 빌리면 어떨때는 어찌나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떠밀려서 가기도 한답니다.

칠성면 사은리 사오랑 마을의 
작은 언덕 위의 잘 보전된 아름드리 소나무 숲도 좋았구요. 

부항댐보다 작은 괴산호를 따라 
걷는 옛길은 한마디로 운치가 있다 햬야겠네요. 

만추(晩秋)의 어느날 여기에 단풍까지 든다면 괴산호에 비치는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같은 농부들이야 늘 산을  바라보며 살지만 바쁜 도시인들은 각박한 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다가 여유로움을 가지고 타박타박 걷다 보면 오랜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지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연하협 구름다리를 걷는 재미도 괜찮구요. 괴산군에서 여기저기 많은 곳까지 세심한 신경을 썼더군요. 
야생동물이 지나 다니면서 목을 축였다는 노루샘도 만날수 있고 호랑이굴의 조형물도 예뻤답니다.

가지고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유람선을 탔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배를 운행하는 선장님이 어찌나 유식하신지 이태백 시인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를 주저리주저리 읽어 주네요.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제가 좋아하는 이태백시인인데...
유람선위에서 월하독작을 듣습니다. 일설에 이태백은 술을 너무 많이 먹고 호수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지요?

유람선 선장님의 말씀을 빌리면
산막이옛길은 달밤에 걷는 것이 훨씬 더 황홀하다고 합니다. 

이제 가을볕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 갑니다. 햇살에 비친 호수가 은구슬처럼 빛납니다. 회원들을 태운 유람선이 하얀 포말을 남기며 선착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 왔습니다. 

산막이옛길에서의 추억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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