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옥순의 자화상

무더위에 지친 영혼을 위무해 줄 수 있는 건 적지 않다. 사람의 시원한 손길일 수도 있고, 고향을 그리는 향수도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 날씨의 시원함은 누구나 함께 느낄 수 있는 청량제다.

나는 거기에 이것을 더하고 싶다. 예술 작품에 묻혀 예향(藝香)에 취하는 것. 조금 고상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눈높이를 약간 조정하고 발품을 팔면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상쾌함이다. 마음에 잔잔한 감동까지 전달되는….

꿈꾸는 나라 A Dreaming Land(테라코타에 유리 아크릴릭)

미술 서예 조각 도예 등의 전시회, 각 장르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렇게 본다면 가을 풍년은 곡식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 지역 출신 조각가 박옥순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천시립미술관 3층 전시실이다. 30 여 점, 그가 정성을 다 해 빚은 작품들이다. 여기서의 '빚은'은 '조탁(彫琢)'의 뜻이다. 대부분 여성의 신체 부위를 작품화한 것들인데, 이렇게 성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가진 것에 대한 감사 Thanking for What is Given(백옥석)

재료도 다양하다. 돌(石, 岩)이 많지만 유리와 테라코타에 아크릴릭도 있다. 그의 손을 통하면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 중요한 것 하나, 이 작품들은 서울 사람들 눈요기를 하게 한 다음 그대로 가져와 김천시립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다는 것.

사회 제반 영역의 중앙 집중화를 규탄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사람을 따라 다니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 예술도 마찬가지다. 봐 주는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게 되어 있다.

준용이 My Son Joon_Woong(브론즈)

이 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지역 문화의 향유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나는 일전에 우리 김천에서 우리의 사람들로 만든 뮤지컬 '77인의 영웅' 관람을 강조하면서 "도시의 격을 높이자"고 강조했었다. 문화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우리 지역 출신으로 이름을 날린 정치인 기업가 연예인 등이 자랑스럽지만 나는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인들을 그 앞자리에 놓는다. 조각가 박옥순도 그 안에 포함된다. 박옥순은 홍대와 이대에서 공부했고 경기대 교수로 일하다가 은퇴한 유명 조작가다.

조각가 박옥순이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의 도록과 그가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휘장, 그리고 편지 등

김천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조각 전시회는 시작과 끝이 없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상설 전시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긴 기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도 발걸음을 해 볼 만... .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추석 당일(9월 24일)은 휴관한다.

기억에 남아 있는 박옥순의 작품들, 꿈꾸는 나라(테라코타에 유리와 아크릴릭), 파랑새 이야기 11(홍옥석), J 수녀(테라코타에 아크릴릭), 나팔꽃 11(자색 사암), 응시(바르띨리오)... . 

응시 A Fixation(바르띨리오)

직접 가서 요모조모 따져보면서 면밀히 감상하시라. 박옥순 조각전의 주제가 '생의 한가운데서 일상을 조각하다'이다. 예술의 의미가 읽혀지지 않는가. 예향이 물씬 풍겨나는 김천을 그려본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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