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점심이 있는 삶 2

일상(日常)이라는 글을 쓰려고
소제목을 "점심이 있는 삶"이라고 적었더니..ㅎ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는 너무 바빠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무슨 놈의 점심 한 끼에 "삶"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붙였으니....
그래도 이해를 좀 하시구랴 
퇴직을 앞둔 사내들의 치기쯤으로

돼지수육, 손두부, 칼국시....
요런 메뉴는 특별히 설명을 안 해도 
그 맛은 익히 알고 계시겠지요?

그동안 직장에 다닐 때는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에 
얽매여서 부지런히도 먹었지요. 
빨리 먹는 밥을 군인들의 용어로 하면 '끌어넣는다'고 하지요 
요즘 젊은 아이들은 뭐라더라
아...'폭풍흡입'이라나요?

좌우지간 그런 시절을 
훨씬 지나서 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점심을 먹을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후딱 해치웠습니다.

요기는 달방골두부집 동네에 있는 "부항지서망루"라고 합니다.
6.25전쟁, 빨찌산 등의 표현으로
아픈 상처를 구구절절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그 시절을 피해서 태어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지요?

호기롭게 잘 모르는 길을 한번 가볼끼라고 좁은 길로 들어섰는데 점점 골짜기로 들어갑니다. 
아뿔싸.... 길을 잘못 들었을까요? 김천의 가장 오지마을로 
들어온 듯합니다. 이정표에는
부항면 두산리 '말미'라고 하네요

첩첩산중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음식점인지 빵집인지 정체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직접 구운 맛있는 찹쌀파이만 사 먹었습니다.
구수한 칡차와 같이....

이 정도면 애처가라 해야 할까요?
집에 있는 마누라들이 생각났는지 누구 할 것 없이 찹쌀파이를 한 상자씩 사들고 집으로 갑니다.

과연 사람들에게 
점심이란 무엇일까요?
옛날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대충 점만 찍는다고 점심이라
했다 하고, 동남아 어느 나라는 아직도 점심이라는 것이 없다는데
요즘 한국에서야 어디 점심을 
안 먹고 살 수가 있겠던가요?

바쁜 이에게는 한 끼를 때우는 것, 우리 같은 중늙은이들에게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한 끼의 점심입니다.

그랬답니다. 오늘도 저와 제 친구들은 점심 한 끼를 때우려고 두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하지만 한 끼의 점심이 반드시 시간을 허비한 것만은 아니고 추억을 만들고 행복을 축적했다고 굳게 믿으며 헤어졌습니다.

소밥을 줄 시간이라 
이만 줄여야 겠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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