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도시에서의 탈출도 필요하다. 놀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의미 있는 공부도 마찬가지다. 우리 포럼이 27차를 맞이할 때까지 산 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이런 모임을 갖게 된 것은 처음이다. 소풍 가는 학동들처럼 마음이 설렜다.

이런 탈출은 문상연 회원의 휴연당(休然堂)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 회원은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물 좋고 공기 맑은 김천 근교 새별마을에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로맨티스트의 사랑방이 되는 셈이다.

산골 집은 요술방망이와도 같다. 자주 경험한다. 잘 하면 술술 찾게 되고, 그 반대일 때는 집을 코앞에 두고도 한참을 헤매야 한다. 오늘 우리 일행이 휴연당에 당도한 것은 전자(前者)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허기사 차를 탄 네 사람의 지혜를 모았으니….

다른 팀들은 찾지를 못해 몇 번이나 전화 통화를 해야만 했다.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이 시야를 막은 탓도 클 것이다. 건축한 지 2년 된 집이지만 새 집 이상으로 깔끔했다. 문상연 회원 부부의 공력(功力)이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금잔디, 입구까지 가지런히 이어 놓은 돌판들…. 현관에는 정현종(鄭玄宗)의 '방문객(訪問客)'이란 시가 양각되어 걸려 있었다. 문 회원의 서각 작품이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니 몇 가지 심상(心象)이 떠올랐다. 다른 회원들도 그것에 눈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손님이 방문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더듬어 볼 수 있는 바람(wish)은 곧 환대로 연결된다는 것 등에서 객(客)을 섬기겠다는 주인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인생은 나그네와 같다고 했으니….

이럴 줄 미리 알았다면 저녁식사를 하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김밥, 닭튀김, 빈대떡, 야채 샐러드, 오색 과일에 백년초 쥬스까지... . 넓은 상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맛깔스러운 먹거리들이 깔끔 정갈하게 올라와 있는 것에 구미가 동(動)했다.

음식을 들면서 오늘의 호스트(host) 문상연 회원의 발제가 따랐다. 제목은 "아름다운 김천 만들기"였다.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런 데 생각이 미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의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그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주제이다.

공직에 있으면서 수행한 문화 관련 사업 중 화장실 개선 작업을 예로 들었다. 김천의 화장실 개선 운동(?)은 박팔용 시장 재임 때 그분이 아이디어를 냈고, 실무 책임을 문 회원이 맡았다는 것이다. 화장실은 한 나라 또는 지역의 문화 수준을 재는 척도다.

지금 우리 김천의 화장실 수준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라고 한다. 이 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고 했다. 볼일만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음악이 들려 나오고 향기가 풍기는 그래서 안락함까지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문화가 아니겠는가고 반문했다.

인간 친화적인 길 확보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이른바 둘레길 유(類)의 도로를 만들어 시민들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요즘 자치단체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인데, 김천은 다소 뒤지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또 김천 출신 대중가요의 선구자 고려성과 나화랑에 대해 탐구한 것을 소개했다. 천석군 집안의 귀한 아들이 당시 천시하던 가요계에서 활동한 내력과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이 본명을 감추고 예명으로 활동한 숨은 이야기도 가감 없이 전했다.

오늘날, 문화가 힘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우리도 연극과 영화에 시정(市政)의 물을 대려 하고 있다. 곧 있을 뮤지컬 ‘77인의 영웅’ 공연도 관심의 일환이리라. 프랑스의 빠리가 문화로 세계적 도시가 되었듯 우리 김천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발제문도 없이 한 시간여를 끈다는 것은 내공(內功)이 많이 쌓였다는 증거다. 발표가 진지하게 이어졌다. 모두들 산 속 자연에 취하고, 차려진 음식에 그리고 곡차(穀茶)에 취해 하루를 마감하는 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물들였다. 김천혁신포럼에 대한 애착도 함께… .

바쁜 일정의 연속이지만 총무 부총무의 역할을 넘치게 해 내는 이보라 상휘 회원, 고려축산 김규 대표와 김현정 이사, 신입회원 김명호 성산부동산 대표 등의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 김천혁신포럼의 동량(棟樑)이 될 사람들이다. 희망의 원천들이다.

밤 10시가 다 되어 우리의 모임은 막을 내렸다. 점점 무르익어 가는 밤하늘처럼 우리의 마음, 우정, 지성도 깊이를 더해 갔다. 김성현, 박성숙, 이보라, 김상휘, 김규, 김현정, 김명호 이명재가 이날의 게스트(guest)였다. 주인장 문상연 정옥임 부부의 맑은 마음을 특별히 기록해 두어야겠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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